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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한 세로쥐

박스에 담겨 전철타고 집에 오던 날부터 가로쥐와 세로쥐는 성격이 달랐다. 가로는 곧 박스바닥에 털퍽 주저앉아 사료를 와작와작 씹어먹기 시작했고 세로는 집에 도착하여 장안에 집어넣어지기 전까지 납작 엎드린채 사료를 꽉 쥐고(대체 왜?) 부들부들떨며 부동자세를 유지했음 지금도 둘의 성격은 판이하게 다른데, 쥐장 문을 열면 가로는 헐레벌떡 뛰어나와 손을 핥으며 반기고 세로는 쓰다듬을라 치면 고개를 팩 돌리거나 두 손으로 내 손가락을 쳐냄. 어떨땐 그자리에서 제자리 점프를 하여 180도로 몸을 돌리고 온몸으로 외면 세로쥐는 보면 기괴한 짓도 많이함. 일단 대부분의 사고는 이새끼가 다 쳤고 (e.g.냉장고 선 뜯어서 합선내기. 세탁기 호스 망가뜨리기 등) 쥐장 치울때 휴지넣어서 바닥 닦으면 손을 쫓아다니며 공격하..

2021.04.18

쥐와 교감할 수 있는가

래트를 기르면서 두번째로 많이 듣는 질문인듯 (첫번째는 꼬리 안징그럽냐) 교감이 가능한가 정도가 아니고 길들인 쥐들은 걍 개같음 (습성은 고양이랑 비슷) 부르면 오고 가라면 가고 + 그루밍을 넘나 열심히 해줌 쥐는 사람이 쥐가 아닌것을 알기때문에 원래는 그루밍해주지 않는다고 함 그러나 친밀도를 쌓으면 일종의 사회적 제스처와 같은 의미로 열심히 해준다고ㅎㅎ 귀여운것 근데 이것도 개체차가 있는거 같긴한게 그루밍은 가로쥐만 해줌 세로쥐는 맨날 팔뚝에 오줌만 싸고 튐 쥐 재우기 큐티클 제거에 여념없는 가로쥐 머리털 손질중 아프다고 하면 강약도 일단은 조절해줌

2021.03.02

선택

며칠전 할아버지뻘 친척분이 치매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게되었다나와는 별 교류가 없는 양반이었지만 그에 대한 몇가지 잊을 수 없는 기억들이 있다. 뭐 아름답거나 한건 아니고..  기억속의 그는 술을 매우 즐겼으며 대추같이 검붉고 쪼그라든 작은 얼굴에 좁은 이마, 근육질의 체형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아기였을때 그의 얼굴을 볼때마다 경기를 일으키며 울부짖는 바람에 모친은 매우 난감했었다고 한다친척들끼리 계곡에 소풍을 간 날 거나하게 술에 취해 물로 들어간 그가 네 발로 서 짐승처럼 고함을 지르던 모습이 사진처럼 생생히 기억이 난다 몇 해 후 명절 온 가족이 그의 집을 방문했을때 그의 부인은 대하를 소금구이하여 우리에게 대접했다.집은 나무로 벽을 한 옛날식 양옥이었고 화장실에 창고와 연결되어 있는 작은 문이 달..

2021.03.01

그럴 사람이 아니다 라는 헛소리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2599&fbclid=IwAR1aSw34f14H06-LFWDcffmJCbbNLFKgevI6Ycse8zJhrZya5BF_hByHamo 여성운동 동지가 박원순을 보내는 방법 - 시사IN정춘숙은 여성운동가다. 1992년부터 한국여성의전화에서 활동했다. 여성의전화는 폭력 피해 여성을 상담하고 지원하는 시민단체로 1983년에 생겼다. 정춘숙(사진)은 2009년부터 6년 동안 상임대표�www.sisain.co.kr 변호사 박원순은 ‘그냥 당연히 거기 있는 사람’이었다. 정춘숙은 자신 있게 말한다. “한국 여성운동의 역사에서 박원순은 정말로 첫손에 꼽아요. 둘째가라면 서러울 사람이에요. 모든 장면에 다 있었어요, 박원순은..

2020.08.28

나에게 문학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숨통 트이는 것이라고 대답하겠다. 세상은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사실 꽤 엄격하고 규칙적인 방식으로 운영된다. 가라앉지 않기 위해서 개헤엄을 멈추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가끔 그 사실이 견디기 힘든 것으로 느껴질 때가 있는데 그럴때 나는 문학의 집 앞에서 문을 두들긴다. 똑똑 나 좀 도와줄래? 문학은 사람일때도 있고 노래일때도 있고 인스타그램 계정일때도 있고 책일때도 있다.문학의 집에서 딩굴거리다 밖으로 다시 나오면 차분하니 괜찮은 기분이 든다. 용기가 생긴다.

2020.07.26

일기

사에바라 리에코의 책을 읽다보니 슬퍼졌다. 책을 덮었는데도 계속 울적하길래 일단 코부터 풀었다 개인적으로 슬플만한 일이라고는 1도 없는데 왜지 싶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일어나는 모든 일들엔 걍 조금씩 다 슬픈 부분이 있구나, 싶어져서 대충 납득함 며칠 전 장모군이 '나도 디폴트가 우울이라 우울속에 사니까 우울이 스트레스는 아닌데 ㅋㅋㅋ' 이라는 발언을 하였는데 그것이 정상적인 인간의 상태라고 느껴짐. 포인트는 징징대지 않는 것임 - 일기를 안 쓴지 오래 되었다. 확실히 방문자가 늘어나면서부터 글이 좀 재미가 없어졌다. 최근 길다가 본 꽃나무 이름을 찾고자 검색을 하던 중 90년대 스타일로 꾸며진 개인 웹페이지에 흘러들어가게 되었다 관리자는 육십대로 추정되는 이민 1세대 아저씨였다. 대부분의 포스팅들은..

2020.06.19

복잡한 영혼

이사오고 얼마 되지 않아 놀러온 친구와 함께 집 근처 편의점에 맥주를 사러간 적이 있다. 알바가 친절하길래 문 밀고 나오면서 여기 알바 되게 친절하다.. 라는 말을했는데 친구가 야 들렸겠다 라며 핀잔을 줌 뭐 어때 욕도아닌데 라고 받아치자 그는 아냐 그래도 기분나빴을 수 있어 인간은 복잡한 존재라고.. 라며 중얼거림 명절때 방문한 할머니네 집에서 책을 한권 얻어왔다. 초등학생때 아주 감동적으로 읽은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 책꽂이에 꽃혀있길래 저 주세요 하고 얻어옴 읽다가 엄청나게 운 기억이 있어서 일부러 안보고 꽂아만 두다가 며칠전 어디 한번 각잡고 쳐울어볼까 하고 완독. 지금 읽어도 과연 감동적일까 싶었는데 여전히 감동적이었다. 첫 장면 주인공이 할아버지 다리 붙들고 서있는 장면부터 질질짬 암튼..

2020.05.14

쥐들은 DIY 한다

해먹을 사주려고 봤더니 가격이 애미리스하길래 만들어줌 다른집 쥐들을 해먹을 아주 좋아한다는데 얘들은 도통 안쓰길래 뭐가 문젠가? 했는데 며칠 전 보니 고리 두개를 이로 물어 뜯어 저렇게 야전텐트로 만들어서 쓰고 있었다. 소매를 이동수단으로 활용하는 가로쥐. 각 방으로의 여행을 즐김 문열어놓으면 지들이 알아서 편한자리 찾음 이것도 뭐 텐트 비슷한거일듯 사육장 위에 깔아놨던 보자기 끌고 들어가서 둥지 만듬 따듯해져서 베딩 린넨으로 바꿔줬는데 그것도 두장 다 쌔벼가서 둥지만들어 놨음 이래서 쥐기르는 사람들이 집게로 천을 고정시켜 두던 거였군 없으면 만들어 쓰는 쥐들! 훌륭한 정신이다!

2020.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