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802

행송수

볼때마다 참 홍상수영화 주인공 같구나 라고 생각하던 Q에게서 자기 요새 hang song soo 감독 영화 재밌게 보고있다는 메시지가 왔다. 그래 남주들이 참 퍼떼띡하지 하니까 어 꼭 나를 보는것 같더라 바로 텨나오길래 피식함 행송수 영화속 가방끈 긴 예술계 종사자 남성들은 특유의 빙구미를 가지고 있다. 사상은 모던한데 고추가 침팬지라 고뇌에 휩싸여있는것이 특징이다. 근데 고민 졸라해봤자 어차피 행동은 고추가 시키는데로만 함 그들의 prey는 지성과 예술에 대한 동경심을 가지고 있는 착하고 이쁜 여성들이다그들의 predator는 무식하고 쌈잘하는 스트리트파이터들이다. 무력앞에선 너무도 무력한 그들의 지성 실제로 Q는 동네깡패나 폭주족들에게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어서 그들을 목격할때마다 차로 들이받고 싶어..

밥딜런의 마력

모군이 밥딜런을 좋아한다고 하길래 너보다 내가 더 사랑한다고 하니까 아니라고 자기 지금 머리도 밥딜런처럼 기른거라고 반박을했다. 그래서 난 돈띵크트와이스치려고 기타샀다고 하니까 자긴 밥딜런 실물로 봤다고.. 젠장 졌다 암튼 어땠냐고 하니까 완전 asshole이였다고 한다 팬미팅비스무리한 자리였는데 팬들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얼굴을 가린채 지루해 죽겠다는 티만 팍팍냈다고 암튼 내내 그러다 갈때 되니까 쓰고있던 중절모를 찔끔 올리고 선글라스를 쪼끔 내리더니 양손가락으로 피융피융 총쏘는 시늉을 냈다고한다. 그랬더니 근처에 서있던 중년부인이 기절했다고함

일기에요 2017.03.12

모자

오후 4시-5시 사이에 버스정거장쪽으로 나가면 점박이 프렌치불독 한마리가 목줄없이 산책하고 있는것을 보게됨. 그리고 그 바로 뒤로 송아지만한 래브래도가 두다다 쫓아오는데 주인으로 추정되는 할머니가 막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막대기로 탁탁 쳐가며 래브래도를 제어하려하지만 천방지축 래브래도는 말을 조뚜안들음. 셋이 걍 그런식으로 산책을 맨날 함 버스정거장 의자에 왠 캡모자가 하나 놓여있고 쪽지가 붙어있었음. 뭐라고 써있는건지 궁금해서 사진을 찍고있는데 그순간 래브래도가 팍 튀어나와 나의 발등을 꾹 밟고 모자를 물어서 달아남. 할머니는 오늘도 소리를 꽥꽥지르며 래브래도의 뒤를 쫓았음 숙소와서 태국친구한테 사진을 보내고 모라고 써있는거냐 물으니 모자 가져가고 싶음 가져가세요라고 써있다고. 래브래도가 글을 읽을줄..

일기에요 2017.03.12

방콕 언더그라운드 필름 페스티벌

에 다녀왔다. 치앙마이에 있는 추천봇이 my Buddha is punk 라는 다큐를 추천해줬기 때문이다. 버마 펑크족들 이야기이고 상영끝나고 공연도 한다길래 갤러리Ver. 로 향했다. 추천봇의 추천은 여태까지 모두 훌륭했었으나 이번엔 망했다. 일단 주인공이 열혈 펑크청년인데 넘나 심한 훈계충임 열심히, 올바르게 살려는 청년이라는건 잘 알겠는데 걍 계속 주변인 또는 기차에서 만난 아줌마들한테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아라 훈계를 주구장창창창창... DIY 정신에 대해 설명하며 아무의 말도 듣지 말고 스스로 결정하세요 하는데 본인은 친구들한테 맨날 이건 하면 안 되고 저건하면 안 되고 으으윽 그리고 계속 착하게 살아야한다 + 러브앤 피스를 주문처럼 외치는데 그 써드월드 특유의 악의없는 순진멍청함에 펑크 특유의..

여행기에요 2017.03.10

방콕에서 먹고살기

방금 삼계탕 생각나서 치킨라이스 먹고왔는데 기분이 좋아져서 쓴다.내가 살고있는 동네는 모든 관광지와 동떨어져있다. 그말인즉슨 식당에 영어메뉴가 없고 주인들도 영어를 못한다는 뜻인데 그래서 처음에는 식생활에 에로사항이 꽃폈다. 곤충같이 보이는 글자들을 노려보다 아무거나 찝어서 이거 생선이냐 물어보고 아니라고 하면 주문해서 밥을 먹었는데그러다보니 스릴은 있었지만 뜬금없는것을 종종 먹었음. 나중엔 손님많은 식당 들어가서 다른 사람 먹는거 보고 손가락으로 이거주세요 저거주세요 해서 따라먹었는데 이렇게해서는 거진 실패한적이 없다. 맛있으면 메뉴이름 물어본담에 메모장에 적어놓고 다시 시켜먹고 있는데 이제 기분 우중충하다가도 밥때만 되면 즐거움. 태국밥 최고. 게다가 싸기까지..! 100밧(3200원)정도면 식사에 ..

여행기에요 2017.03.05

호스텔 동물군

베란다화단에 비둘기 둥지가 있다. 알을 두개 낳아놨는데 알껍질이 조금 깨져있고 움직임이 보이길래 곧 부화하려나 했지만 3주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어미가 알을 품고 있다. 처음만났을때 어미는 내가 베란다 근처에만 가도 푸드득 하며 날아오른뒤 격렬한 움직임으로 나의 시선을 알에게서 떼어놓으려 애썼는데 이젠 익숙해졌는지 화분에 물을 붓고있어도 태연히 앉아있는 경지에 다달았다. 방안에는 개미들이 있다. 나는 이곳에서 개미의 맛과 향에 대하여 아주 잘알게 되었다. 과자 포장지를 열어놓고 있으면 불과 수십초내에 개미가 들끓게 되는것이다. 무심코 과자를 입에 넣으면 개미특유의 묘하고 강력한 페로몬 향이 확 풍겨온다. 처음에는 놀랐으나 이제 엑스트라 플레이버라고 생각하고 대충 털어낸 뒤 그냥 먹는다. 예상치 못한 공격..

생물이에요 2017.02.24

틴더 체험기 in 방콕

심심해서 다시 깔았는데 너무 재밌다. 아침에 시리얼 먹을때마다 스왚하면서 혼자보기 아까운 프로필들을 차곡차곡 캡쳐해두고 있음 워낙 다양한 인간군상이 모여드는 허브도시 + 뭔짓을 해도 다 허락될것같은 동남아 특유의 분위기에다 데이팅앱 깔고 방콕오는 남자들 기대하는게 뭐겠음. 그러다보니 프로필들이 넘나 노골적이며 웃기는것 호스텔 로비에 앉아있으면 태국언니들 옆구리에 끼고오는 서양영감님들을 종종 보는데 이 영감님들 가끔 졸라 큰소리로 아워너씨 네이키드 레이디스 같은거 외침. 틴더 프로필들도 대략 이런느낌 외국인들은 대충 이 부류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 됨. 루저 / 범죄자 / 아드레날린 정키 / 백팩커귀요미 / IT 노매드 레이디보이랑 후커 연락하지 말라는글 졸라 많음. 레이디보이 후커 트젠 다 상관없다는 글도..

알몸은 무섭다

더워서 옷을 안입고 작업을했다. 날이밝아오길래 고만하자 하고 일어났는데 허리가 아프길래 문틀을 철봉삼아 스트레칭을 했다. 그러자 불꺼진 욕실의 큰거울에 몸이 역광으로 비쳤는데 상당히 기괴한 모습였다. 뭔가 기예엑 하고 달려들것만같은 그림자였음 그래서 든 생각인데 사람의 알몸은 무섭다. 야성적인데 털이 너무 없고 괴상함. 밤중에 겅중겅중 뛰어다니는 사람의 알몸을 상상해보라. 무섭지! 희한한건 팬티한장만 걸쳐도 무서움이 98%는 줄어든다는 것이다. 목걸이나 신발도 마찬가지 암튼 이렇게 무서운 모습을 서로 막 보여주다니 번식의 욕구란 굉장한것이라고 새삼 생각했다.

일기에요 2017.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