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 108

다녀오겠습니다

https://digthehole.com/notice/3616 쥐구멍 블로그 운영방침(2021)쥐구멍 블로그 운영방침(2016) Relaxxyou (instagram) PEER TO PEER 대담집 야 내가 예술하는 남자에 대해 알려준다 윤호 밍글라바 버마기행 격리된여자는시인이된다 동아비즈digthehole.com 제가 보고싶어지시면 공쥐란의 링크들을 찾아주십쇼 모바일 버전1 에서 광고가 좀 미친놈처럼 나오기는 하는데.. 잘 걸러보시고 bye for now

나다 2024.04.10

매지컬 데이

입춘은 애저녁에 지났지만 공식적인 봄의 시작은 어제였던 거 같다. 휴일도 아닌데 동네 사람들이 밖에 많이 나와 있었다. 나무가 많은 동네라 노랑 분홍 연두색 가루를 뿌려 놓은 거 같은 모습이고 구름이 낮은 흐린 날은 얇은 솜 이불을 덮은 듯 포근함마저 더해준다. 다양한 모습의 개들이 주인과 함께 산책 중이고 그 중 몇몇은 썩 잘 어울리는 옷까지 입고 있다. 허리를 조이는 남색 코트를 걸치고 있던 그레이 하운드에게 베스트 드레서 상을 주겠다. 옷발은 역시 말라야 산다. 하지만 벌거벗고 있는 통통한 갈색푸들도 정말 귀엽다. 굴곡이라곤 전혀 없는 평평한 등허리를 햄처럼 한 입 베어물고 싶어진다. 몇년 동안 외벽으로 감추어져 있던 거대한 건물이 준공의 위용을 뽐낸다. 흰 고래같은 건물에서 검은 얼굴의 인부들이 ..

나다 2024.04.04

이강인과 12인의 성난 사람들

법정 드라마의 갓띵작으로 불리우는 이라는 영화가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한 이민자 소년이 법정에 선다. 친아버지를 칼푹찍해 주겨버렸다는 혐의이다. 12명의 배심원단은 이 소년을 사형시킬 것인가 말 것인가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불량배인 소년은 아버지와 사이가 나빴고 사건현장에서 발견된 칼과 동일한 종류의 잭나이프를 가지고 다녔으며 살해 현장을 목격했다는 증인도 존재하는, 유죄가 거의 확실해 보이는 상황이다. 폭염 속 선풍기마저 고장나 찜통을 방불케 하는 배심원실 어서 집에 돌아가 맥주나 씨원하게 들이키고 싶은 11명의 남자들은 서둘러 유죄에 표를 던진다 그런데 이때 생각에 잠겨 있던 8번 배심원이 나선다. 어딘가 이상하지 않냐는 것이었다. 만장일치가 아니면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상황임으로 11명의 ..

나다 2024.02.20

고독은 독인가

독이라고 생각한다. 독도 잘 쓰면 약이 되듯이 고독도 적당하면 삶의 자양분이 되어준다. 몇년 전 집 정리 중 이십대 초반 쓰던 폴더 폰을 발견한 적이 있다. 뭐가 들어있을지 궁금해서 충전기를 찾아 켜봤다. 여행을 떠나기 직전까지 쓰던 폰이었는데 약간 놀랐다. 송별의 문자가 엄청나게 많이 와 있었던 것이다. 일주일에 사람을 한 번 만날까 말까하는 삶의 형태가 고착된 지 한참 된 후 였던지라 과거의 스스로가 낯설게 느껴졌다. 매일같이 사람에게 둘러쌓여 지내던 날들이었다. 그리고 맨날 울면서 잤다. 그 때만큼 인간(나 포함)을 혐오한 적이 없었다. 여행 중에도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이동 중이니만큼 관계들이 캐주얼하여 인간의 부정성을 목격할 일이 적었고, 사람들의 건강함과 따듯함에 인류애가 적립되던 소중한 시..

나다 2023.12.30

Happy Birth Death

2018년 어느날 원효대교를 자전거로 건너다가 내가 가진 시간이 한정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 전에도 해본 적이 없는 생각은 아니지만 이날 갑자기 그 사실이 엄청 충격적으로 다가와서 그 순간 내려다본 바닥의 색깔까지 기억이 난다. 아 무의미한 일에 시간을 쓰면 중요한 일에 써야할 시간이 그만큼 줄어드는구나, 인연을 신중하게 만들고 시간을 신중하게 써야겠다 싶었다. 그렇게 다짐을 하고서도 꽤 많은 시간을 낭비했는데 요새 또 이 생각이 자주 난다. 이틀 전 명상센터에 가서 오랜만에 접수봉사를 도왔다. 남들보다 일찍 오신 세련된 노인의 신청서를 받아들고 빈칸이 있나 체크를 하는데, 또박또박 적힌 문장 한 줄이 눈에 들어왔다. ' 일상에서 죽음을 느끼게 되어서 왔습니다. ' 도반 S님이 그룹시팅에 오셔서 ..

나다 2023.10.21

Love & Kindness

작년 가을엔 사랑이 하고 싶었다. 봄이되니 데이트가 하고 싶었다.. 그러다 여름이 오니 데이트고 나발이고 장마철 우중섹스하면서 짐승적 본능에 몸을 맡기고 싶어짐 (못함) 점점 쉬운 거 찾게 되는게 매슬로우 욕구단계 보는줄 암튼 다시 가을이 오니 사랑이 하고 싶어짐 근데 대상이 개인은 아니고 국가를 사랑하기로 왜 이런 생각을 했냐면 여름내 한혐이 맥스를 찍었단 말임 외모지상주의(근데 미감은 빻빻음) 급나누기 허세과시 정상성강박 가성비집착 8282 약자혐오 일해라절해라.. 그야말로 정병이 정병을 양산하는, 부유하면서도 영혼은 빈곤한 사회 (자막 on) 근데 또 그렇게 된 데까지 넘나 타당한 이유와 근대사가 존재하잖음. 한국 너무 불쌍한 나라라고!!! 사람으로 치면 흙흙흙수저 결손가정에서 학대당하고 코피 터져..

나다 2023.10.13

개자식 전성시대

샘 해리스가 간만에 격렬한 에피소드를 업데이트 했다. 타이틀이 무려 운동하면서 듣다가 몇 번 뿜었고 짚어볼 만한 이슈라고 생각되어 번역을 해봄 군기반장 톤으로 읽으면 재미있을 것.. 의역이 쫌 있으니 영잘알들은 직접 들어보세요 https://www.samharris.org/podcasts/making-sense-episodes/331-a-golden-age-for-assholes === 요즘 음지에서나 활동해야 할 법한 인물들이 소셜미디어의 힘을 빌어 문화전반을 주름잡고 있는 현상을 목격하고 있다. 심지어 그들이 다루는 주제들은 공중보건 경제학 전쟁 등등 매우 중대한 사항들인데 그 디지털 토사물에 가깝게 보이는 주장들이 오늘날 새로운 형태의 영양소로 추앙받으며 천리만리 퍼져나가고 있는 중이다. ( so ..

나다 2023.09.14

인테그리티

요즘 integrity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하는데 crows are white 주제도 그거라 매우 집중해서 봤음 integrity가 한국에서는 정직과 성실이라고 번역되는 경우가 많은 거 같은데 약간 다름 정확하게 대체할 수 있는 단어는 없고 진실성 + 일관성이 그나마 제일 비슷한듯 그니까 내가 뭐를 하겠다, 정했으면 거기에 반하는 세상의 가치나 관계, 규범마저도 쌩까고 밀고나가는 하드코어한 태도를 말하는 것인데 언행의 일치도 여기에 포함됨 예를 들자면 입시제도를 강력 비판하던 신해철이 사교육 광고를 찍은 행위는 본인의 integrity를 훼손한 것임 내가 책을 8월에 내겠다고 공표해놓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것 역시 integrity를 훼손하고 있는 것 워랜버핏은 integrity가 없는 놈들이 조직을 ..

나다 2023.08.24

코리아 코리안

전다화: 저 요즘 영어회화 공부 중인데 진짜 한국어 영어 너무 호환 안 되는 언어임 유진정: 그래서 진짜 사고체계 자체가 넘 다르게 발달한 거 같음 한국어 존나 무논리 무지성 대신 개처럼 싸울땐 진짜 좋은 언어 전다화: 선생님이 한국어를 번역하려고 하지 말고 어린이처럼 걍 쓸 수 있는 말만 하라는데 일단 주어가 무조건 있어야 하는 게 젤 적응 안되고 한국어는 한문장에 동사가 개 마니 들어갈 수 있더라고요 유진정: 예시 들어주세요 전다화: 어제 마트에 라면 사러갔다가 그냥 짜파게티를 사려고 마음을 바꿨는데 또 막상 라면을 보니까 라면이 먹고 싶어져서 두봉지 샀어 이런 식이랄까. 일부러 지금 만든 문장이라 어색하지만 글고 영어가 훨씬 두괄식이고 내가 누구에게 어디서 무엇을 했다 이런게 꼭 들어가야하고. 친구..

나다 2023.08.14

신부님 윤석열 넝마주이

성공회 사제에 대해 검색을 하다 모 성공회 신부가 라는 글을 SNS에 적었다가 파문을 당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평생 약자를 위해 몸바쳐 살아오신 분에게 파문이라는 조치는 가혹하다, 라는 주변인의 호소와 전광훈 같은 어용목사조차도 문재인 대통령이 사고사 당하기를 바란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끔찍하다, 라는 비판 글도 읽어보았다. 구체적인 증언으로 판단하건데 정말 빈자를 위해 헌신하며 살아오신 분으로 보이는데 가슴아픈 광경을 반복해서 목격하다 보니 약자에 대한 동정과 기득권에 대한 증오가 동시에 커지신 모양이다. 일전에 길을 걷다 모친이 어떤 목사님 유튜브에서 들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 목사님이 넝마주이들과 함께 생활할 때 있었던 일인데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한 한 넝마주이가 "돈돈돈,약약약..." 이..

나다 2023.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