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에요 214

명상원에서의 10일은 번개처럼 지나갔다

침묵하는 동안 한심한 농담부터 꽤 진지한 내용까지 여러가지 단상들이 쌓였는데 나는 끊임없이 뭔가를 머릿 속으로 적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필요한 버릇이지만 현재에 머무르지 못하게 만드는 주원인이기도 하다. 글 쓰는 사람들 정신병 걸리는 이유도 이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왔는데 (만화가들 황당한 사고로 잘 죽는 이유도) 동시에 작문은 미치지 않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블로그는 뇌 전용 클라우드이다. 여기에라도 좀 옮겨놓아야 내가 살지 아무튼 코스에 대해서는 정리해서 다시 적어야겠고, 어제오늘 있었던 일이나 기록해 봐야겠다. 12일만에 폰을 켜니 이00님 부친상 문자가 와있었다. 모르는 이름이었는데 위에 온 메시지들을 보니 3년전 중고거래를 했던 사람이다. 라는 나의 문자 아래로 라는, 오타 ..

일기에요 2024.04.22

봄은 광기의 계절

요즘 내 표정 난 경조증 진단을 받은 적이 있음 경조증이 뭐냐면 가벼운 조증임 진단은 필요에 의해 형식적으로 받았던 것이라 약은 안먹고 버림 경조증이랑의 사이는 나쁘지 않음 별 일 없어도 대체로 잔잔하게 신나있으니까 개꿀이라고 생각함 대우울 시대에 나 같은 인간도 좀 있어줘야 균형이 맞지 물론 여기에 대한 자각이 전혀 없던 시절엔 은밀하게 사고도 좀 치긴 했지만 이제 무서운게 많아져가지고 조증 도지면 걍 믹서기 분해해서 세척하고 그런 거 함 봄이랑 흐린 날에 증상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요즘 봄에다 비까지 계속 와가지고 쭉 하이텐션임 이럴 때면 생각과 말의 속도가 빨라지고 계속해서 움직이며 충동적이 되는데 그 결과 정수리에 빵구뚫림 발단 : 잠자리에 들기 전 목 스트레칭기로 스트레칭을 함 다 하고 도어..

일기에요 2024.03.29

비행기 탈 때마다 인류가 진짜

미친놈들이라는 생각을 한다 새나 두더지를 보면서 좋겠다 부럽다 하다가 씨발 그럼 우리도 저렇게 해버리자! 하늘로 땅 속으로 막 지나다녀버려! 과격한 발상과 해낼 수 있을 것이라 굳게 믿는 정신나간 신념이.. 막 날개달고 건물에서 뛰어내렸다가 죽은 사람들 (이런 짓 하는 건 다 남자임)을 떠올리다가 결국은 해냈구나, 활주로의 스키드 마크를 보며 종뽕이 차오르는데..

일기에요 2024.02.23

신년단상들

체했다 웩 쿠쿠 영양죽 모드 돌려놓고 쓰는 중 모친네 가서 식사시간을 기다리며 공원 산책을 하는데 먼 곳에서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지적장애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남자 두 명이 벤치형 그네를 타며 요들을 부르고 있었다. 요를레이 이히히 요를레이요를레이요 하루이틀 부른게 아닌지 거의 프로수준이길래 녹음을 해서 엄마에게도 들려줬다. 모친은 이 동네에 그런 사람이 많다며 버스정류장에서 자주 만나는 발달장애 청년에 대해 말해주었다. 어느 날 어디가요 물어보니 센터에 가는 중이라고 했고 41살이라는데 깜짝 놀랐다고 한다. 스무살 정도로 밖에 안 보인다고.. 일을 안해서 그런가 하시길래 그것도 이유일 테고 또 자폐쪽 발달장애의 경우 표정이 적음 = 안면근육을 적게 쓰기 때문에 동안이 많다더라, 라는 이야기를 했다. ..

일기에요 2024.02.12

take it or leave it

이십대 초반 쓰던 일기장을 읽어봤는데 이런 메모가 적혀있었다 아주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도 별로 없다. 좋은 사람에게도 나쁜 점이 나쁜 사람에게도 좋은 점이 있을 뿐 요즘 자주 하는 생각도 이건데 사고가 돌고돌아 다시 원점으로 도착한건가? 아무튼 사람들 관찰하다보면 장점이 단점이고 단점이 장점인게 너무 극명하게 드러나서 약간 웃기기까지 한데 그래서 사람과 관계를 맺으면서 그 점만 싫다, 그것만 좀 고쳤으면 같은 생각은 필연적으로 번뇌를 초래하게 되는 듯 take it or leave it

일기에요 2023.12.21

빈집의 우편함

동네에 빈집이 있음 내가 이사왔을때부터 빈집이었고 담쟁이 상태로 보아 상당히 오랫동안 비어있는 것으로 추정됨 집은 꽤 좋음. 정원이 있고 주변 건물들보다 좀 높은 벽돌 양옥 아무튼 며칠 전 그 집 앞을 지나가다 충동적으로 우편함을 열어봤는데 잘보면 뒤에 영어인지 외국어로 글이 잔뜩 적힌 종이도 붙어있음 뭔 부적인지 궁금해서 집에와서 저기 적힌 te tra gram ma ton 을 검색하니까 이런 자료가 등장하는데 부적 자체보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런걸 붙여뒀어야 했던건가 상상하니까 무서움 이제부터 내가 이상한 말 하면 그건 다 사탄이 붙어서 그런 것이니 저를 원망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일기에요 2023.10.31

자려다가

갑자기 웃긴기억이 떠올라서 세탁기 앞에서 이 글을 쓴다(폰 좀 덜 쓰려고 세탁실에 전화기 두고있음) 지금 다니는 미용실을 한 일년 반?이년 가까이 다니고 있는 거 같은데 갈 때마다 원장님이 눈썹 밀어줄까? 라고 하면 아니오. 의 리추얼을 반복해왔다. 언제나 거절을 하는데도 물어보시는 거 보면 거슬리는게 있으신 모양 아무튼 그래왔는데 저번 주에 머리 자르러 갔다가 눈썹을 밀렸다. 다 자르고 뒷목 잔털을 바리깡으로 주주주 밀어주시더니 그대로 흐름을 타 눈썹을 바바바 깎았다. 말 그대로 눈 깜박할 사이 일어난 일이다. 놀랄 틈도 없었음 눈썹이 상당히 단정해지긴 했는데 뭔가 살짝 짧고 굵은 한녀st이라 다음에는 못 밀게 할 예정이다. 아무튼 저 상황을 떠올려 보니 웃김 사람이 소소한 충동을 제어하지 못할때 뭔가..

일기에요 2023.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