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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때 검도선수 출신 도라이 사장이 하던 이자까야에서 잠시 일한적이 있다. 사실 타이틀만 이자까야였지 참치부터 가라아게까지 죄다 알바(나)가 냉동 뎁혀서 나가는 병신같은 곳이였는데 좀 좋았던건 사장의 주소득원이 아랫층 불닭집이었기 때문에 가게를 나 혼자 보는 경우가 잦았고 그래서 임의대로 할 수 있는것들이 꽤 있었다는 점이다. 예를 들자면 선곡 가게에 비치된 씨디들은 대게 이영애 애수 따위의 청승맞은 한국가요 모음집이었고 나는 그때 한참 섭컬쳐에 빠진 애새끼 특유의 우월의식에 젖어있었기때문에 큭.. 우민들아.. 내가 진짜 음악을 들려주지... 류의 심정으로 가게에 딱 하나 있던 수입음반, EMI에서 나온 퀸의 Greatest Hit를 자주 틀었었다. 그리고 이걸 틀때마다 손님들이 내가 짱박혀있던 간이 ..

리뷰에요/움억 2018.11.06

담마 코리아 봉사 간단 후기

시팅때는 명상과 생존을 위해 필요한 행위를 제외한 모든 활동이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었는데 봉사자로 갔을때는 적용규칙이 좀 달라서 밤에 책도 읽고 자유시간엔 허가 하에 사진을 좀 찍을 수 있었다. (사실 허락받기 전에 이미 몇 장 찍었다) 센터 시설은 매우 미니멀한데 디자인이 미니멀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본질에 충실하다는 의미에서 그러하다. 필요가 없는 것들은 존재하지 않는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다. 여자 숙소의 전기가 나가자 누군가 물통과 손전등을 이용해 욕실조명을 만들어놓았다. 자유시간엔 곤충을 자주 구경했다. 첫날엔 짝짓기 중인 말벌 한쌍을 보았다. 어디선가 날아와 툭 떨어지더니 내 앞에서 굴러다니기 시작했는데 암컷은 행위가 끝나자마자 잽싸게 떠났고 수컷은 세안을 하더니 반대방향으로 날아갔다. 일전에 왔..

대중교통 리클라인(좌석 젖히기)에 대한 생각

image from film Euro trip 엊그제한 포스팅의 답글만 봐도 알겠지만 대중교통에서 좌석 젖히기라는 떡밥은 던져놓는 즉시 찬젖(젖혀도 됨)과 반젖(젖히면 안됨)파로 여론이 팽팽히 갈린다. 몇년 전 이드게시판에도 같은 주제의 글이 올라왔었는데 답글이 백 개가 넘을 정도로 격렬한 토론의 장이 벌어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승무원 출신의 게시판 이용자가 앞사람에게 양해를 구할 순 있지만 배려를 강제할 권리는 없다. 라고 친절하게 정리를 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항공사가 개념이 없다느니 등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몇몇 반응들을 보고 깝깝해서 나도 답글 몇 개 달았는데 오늘 이 주제에 대해서 정리를 좀 해보고자 한다. 우선 내 입장부터 밝히자면 나는 찬젖파이다. 재끼라고 설계되어 있는 좌석을 재끼는 것은 이용..

시사이슈에요 2018.11.01

마트 풍경

대여섯 살 정도 되어보이는 딸래미 + 4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부부로 구성된 삼인가족이 과자코너에 진입 엄마: 야 다이제 어때? 추억의 다이제 아빠: 아니 이젠 나도 좀 세련된 과자를 먹어보고 싶어.. (매우 열심히 고름) 앞서가던 딸 뒤돌아 뛰어 오며: 아빠 아빠! 뽀또 먹어! 별거 아닌데 피식했다. 아이가 있는 가정이란 다이제가 먹고 싶은 사람과 세련된 과자를 먹고 싶은 사람의 욕구가 뽀또에 묻혀버리는 공동체로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일기에요 2018.10.30

생일

생일은 이 비정한 세상에 타인의 의지로 인해 태어난것을 슬퍼해야하는 날이라는 모친의 신념을 받아들이고 나서부터 그날마다 스스로에게 위로의 선물을 주기로 결정했다. 일전에는 GYM회원권을 끊어줬고 작년에는 옷을 한 벌 사 주었으니 올해는 봉사활동을 가기로 했다. 그동안 너무 자기중심적으로 산거 같아서 반성의 의미로... 는 전혀 아니고 그냥 안해본걸 해보고 싶었음 10일 동안 명상원 주방에서 도비 노릇을 하다가 자유를 얻어 전주로 놀러갔다. 데미안이라는 프랑스 청년과 함께했는데 전주는 이제 너무 많이 갔는지 재미가 없다. 게다가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한 두어시간 돌다가 데미안네 숙소 로비로 돌아가 기타를 치고 그가 내려주는 차만 벌컥벌컥 마셨다. 나 오늘 생일이라니까 데미안이 밥을 사줬는데 오랜만에 튀긴..

나다 2018.10.29

내맘대로 펑크백선 20 - 시드 비셔스 마이웨이

섹스피스톨즈를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그리고 펑크보이들이 인생의 어느시점에서 스스로를 시드 비셔스와 동일시해버리는 현상을 너무 많이 목격함 그 모야 요새 연예인 따라하는거 보고 아이유병 설리병 이런식으로 부른다던데 시드와 낸시병도 만들어야됨 그놈의 자물쇠 목걸이 시팔 (나도 하고 다님) 그러나 이 영상만큼은 왠지 조음 스스로의 삶에 비장미를 한껏 부여하고 있는 중년남성의 자아도취 같은건 아무래도 좀 비꼬아 주고 싶은것이 사실..

리뷰에요/움억 2018.10.15

사채꾼 우시지마 도망자편

밉상캐릭터였던 마사루가 앞머리 내리고 졸라 멋있어짐. 이건 좀 무리가 아닌가 싶기도 한 변화였는데 생각해보면 마사루는 첫 월급받았을때도 엄마 구두부터 바꿔준 나름 스윗한 캐릭터였지.. 모친은 그 구두 팔아서 또 도박에 꼬라박았지만암튼 막바지를 향해가는 사채꾼 우시지마이다. 결말이 매우 궁금해지는데 역시 베드엔딩인가 싶다가도 아직 작가의 세계관 안에서는 우시지마가 결정적인 악행은 벌이지 않은것 같아서 또 모르겠음. 이 만화 안에서의 악의 정의는 충동을 절제하지 못하고 스스로나 타인을 쓸데없이 해치는 행위 정도인것 같음그리고 저 마사루가 울부짖는 장면말인데 마지막 저 대사가 너무나 아쉬움!당신에게서 좀 더, 좀 더 까지에서 끊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울컥 하다가 도로 들어가버림. 암튼 이 만화는 읽다보면 가..

리뷰에요/도서 2018.10.15

문신에 대한 단상

일전에 누가 답글로 문신얘기 해달라길래.. 자기 문신 구구절절 설명하는거 넘 자기애성 성격장애자 같긴 한데 걍 쓸거 없으니까 씀 알바트로스: 만화에 나온 알바트로스의 습성이 너무 멋있어서 당시 문신기계를 가지고 있던 지인에게 해달라고 했고 사람들은 죄다 갈매긴줄 암. 타즈메니아에서 트렉킹하다 만난 동물학자가 유일하게 맞춤. 뭐가 다르냐고 물어보니까 알바트로스는 날개 끝이 꺾여있다고 종이비행기: 알바트로스 시술자가 남은 잉크 아깝다길래 하나 더 함 hearts are meant to be broken : 오스카 와일드 쿼트 http://digthehole.com/79 원래는 The heart was made to be broken 라고 했다는데 내가 옮겨적은 책에 잘못나와 있었음. 중국갔을때 구남친이랑 대..

생물이에요 2018.10.12

패션 피플

원주민들은 왜 옷을 잘입을까?전통복장은 두말할것도 없고 이렇게 몬가 채리티 빈에서 주워입은 듯한 옷들도 조화가 훌륭하다 샨족 마을 갔을때도 그렇고 걍 어느나라든지 소수민족 사는데 들어가면 대부분 옷을 아름답게 입고 있어서 감탄하게 되는데 이유가 궁금해서 가설을 세워봄 가설 1 걍 옷 잘입는 원주민들이 눈에 띄어서 내가 그것만 기억하고 있음. 잡지에 실린 사진들의 경우 사진사가 아무래도 감각적인 이들을 찍게되기 때문에 아름다운 의복을 걸친 원주민들이 언론에 노출됨 가설2대자연과 가까이 살아서 미감이 발달함 가설3원래 인간은 대부분 감각적인데 도시인들의 경우 광고에 세뇌당하거나 사회적 지위,역할 등에 신경을 쓰거나 실용성에 비중을 너무 크게 두거나 등의 이유로 안목이 구려짐 = 상대적으로 원주민이 멋있어 보임

리뷰에요/미술 2018.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