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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셸든과 가족 시트콤 공식

유 진 정 2024. 2. 5. 19:29

모친 가이드로 일본 다녀오는길 기내 방송 리스트에 영 셸든이 있길래 틀어봤다.
커흐흑 너무 재밌다

커흐흑처럼 극적인 표현을 사용한 이유는 지금 절제를 못하면서 보고 있어가지고.. 
이 시트콤 너무 내 안의 결핍을 채워 줌 심슨가족 이후로 처음 느껴보는 충만함임

가족 시트콤엔 공식이 있음
일단 가장이 허술해야 됨. 무능하거나 게으르거나 뚱뚱하거나 (그러나 마음만은 따듯하고 선을 넘지 않음)
말이 되는게 엘리트 아빠 나와서 모든게 합리적 지성적 도덕적으로 돌아가는 부유한 집구석 상상만해도 넘나 노잼이고 시청자들 박탈감 오질듯

이성적 포지션인 주부 엄마는 주양육자 역할에 충실하지만 외부사회와의 교류 + 자아실현의 기회를 박탈당한 삶 속에서 종종 경미한 히스테리 발작을 일으킴  (그러나 마음만은 따듯하고 선을 넘지 않음)

처가쪽 식구들은 얄미운 포지션으로 등장 

노인은 개성이 강함

거실의 소파는 매우 중요한 무대임

모범생과 사고뭉치 자녀의 조합

소시민 사는 이야기라 공감이 잘 되지만 강도높은 비극은 등장하지 않음 
(주요인물의 사망/범죄/중대질병/파산/이혼/학대 등. 그러나 빅뱅이론에서 쉘든 부친의 부재가 이미 드러났고 심장이 안 좋다는 게 극 초반 밝혀졌기 때문에 이 공식은 막바지에 깨질 예정)

 
사실 마지막 요소를 인지하면서부터 시청이 약간 불편해진게
이게 바로 시트콤의 핵인 거 같고 
나 역시 비극의 부재 + 원시적 관계 욕구 때문에 Binge Watching을 하고 있는 거 같음

사건이 발생해도 결국은 괜찮아질 거야 모두가 도와 줄 거야, 이 안도감이 너무 막강해서 거의 마약같이 느껴진달까
빠지라고 만들어 놓은 판타지 동화에 빠져들고 있는 느낌이라 좀 빡침

그러나 오늘도 저녁을 먹으면서 영 셸든을 볼 것임
웍 메고 나타난 존 스터지스 교수가 너무 귀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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