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시

해물탕

유 진 정 2025. 5. 7. 16:03


문어여 전복이여
걸쭉해진 낙지들이여!

시퍼런 바다 속 투쟁 중이던 그 시절엔
상상이나 했었겠나
제군들 모두가 한 냄비로 끓여질 것이라는 걸

시뻘건 국물 속 우러나온 눈물이여
빨판처럼 들러붙던 생의 의지여

이제 모두 푹 익어
남은 것은 깊은 맛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