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세계

우와앜 죽기싫어 : 슬픈 불멸주의자

유 진 정 2025. 4. 12. 22:51

 

 
여름 밤 젊은 작가들과 강변에 앉아 있다 나온 이야기이다.

한 분이 자기는 가능하다면 영생이 하고 싶다는 말을 했는데 그러자 다른 한 분이 지친 표정으로

' 참 신기하네. 나는 죽으면 좋을 거 같은데..'

라는 말을 했다.

몇 달 뒤 죽으면 좋을 거 같다는 분을 다시 만나서 ' 왜 자식 안 낳아요? ' 라고 물었다.

그가 겸연쩍은 표정으로 웃으며 ' 사주 봤는데 애 낳으면 죽는다고 해서요.. '
라며 말 끝을 흐리길래 나는 약간 혼란스러워졌다.
하지만 두 발언 모두 진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모순된 것처럼 보이지만 말이 되는 것이었다.

이 사람은 죽음이 너무 두려운 나머지 죽음을 원하게 된 거구나.
마치 단거리 경주 시작 전 팽팽하게 긴장된 상태를 버티기 어려워 신호 총이 울리기 전에 뛰쳐나가 버리고 싶은
그런 기분을 느끼고 있는 모양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한편 영생이 하고 싶다던 분은 주기적으로 폭음을 했다. 아니 영생이 하고 싶다매 왜이러는겨 정말

아무튼 둘을 만난 이후 이 주제에 대해 생각을 한 번 정리해 보려고
집에 가는 길 버스 안에서 구글 검색창에 <죽음>을 검색했다.

맨 위에 뜬 꺼무위키를 클릭하니 아래의 문장들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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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공포는 너무나 크기 때문에 인간은 평소에 이 공포를 억누르며 사는데,
그 방어기제는 공포의 강도에 따라 중심 방어와 말단 방어로 나누어진다.

중심 방어: 죽음의 공포가 강할 때 죽음에 대한 생각 자체를 없애려는 것으로
단순히 억압하거나, 주의를 딴 데로 돌리거나, 자신에겐 먼 미래의 일이라는 둥 합리화로 애써 무시하려 하는 것

말단 방어: 죽음의 공포가 그나마 약할 때 자신의 불멸성을 추구함으로써 죽음의 공포를 해결하려 하는 것
자존감을 올리거나, 주변 공동체에 의지하거나, 자신이 가진 세계관을 찬양하고 다른 세계관을 배척하는 것이 그 방법이다.

똑같이 죽음의 공포를 느껴도 중심 방어를 사용할 때와 말단 방어를 사용할 때 다른 반응이 나타나는데,

예를 들면 말단 방어를 사용한 사람은 자신의 불멸, 장수를 위해 술을 줄이는 반면,
중심 방어를 사용한 사람은 죽음에서 주의를 돌리기 위해 술을 더 마신다.

공포관리이론(Terror Management Theory, TMT)이라는 심리학 이론에서 다루는 현상은 주로 말단 방어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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컥 그런 거였어..!

공포관리 이론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싶어 책을 찾아 주문. 제목은 <슬픈 불멸주의자>

인간이 저지르는 거의 모든 개짓거리와 위업들의 근간에는 죽음, 즉 자신이라는 개체의 소멸에 대한 공포가 자리잡고 있다는 주장과 주장의 근거가 된 수십년간의 연구조사가 책의 내용을 구성하고 있다.
1974년 '죽음의 부정'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던 어니스트 베커의 세 제자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 전문 ↓ )
https://c-straw.com/posts/5684

우와앜 죽기싫어 : 슬픈 불멸주의자

여름 밤 젊은 작가들과 강변에 앉아 있다 나온 이야기이다. 한 분이 자기는 가능하다면 영생이 하고 싶다는 말을 했는데 그러자 다른 한 분이 지친 표정으로 ' 참 신기하네. 나는 죽으면 좋을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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