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미용실

유 진 정 2025. 4. 10. 22:26

 

 

오래된 동네 미용실에서 교환되는 정보의 량에 대해 알게 되면 남자들은 놀랄겨
정말 모든 이야기가 다 나옴 그리고 먹을 것도 나옴
저번엔 심지어 숟가락 들고 밥 먹으라고 하시길래 그건 거절함
오늘은 땅콩 캬라멜이랑 롤리폴리를 주워 먹으며 원장님(69)이 23년간 막걸리를 부어가며 기른 군자란 이야기를 들었음 

시장 쪽에도 잘 하는 집이 있는데 거긴 원장님이 직원을 너무 구박해서 보고 있는게 고역임
방문할 때마다 학대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고 원장님의 음주빈도를 고려하면 전두엽에 손상이 오기 시작한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듬

근데 여기는 혼자 하시고 동네 할머니들 사랑방 느낌이라 맘이 편함
정치 얘기도 맨날 나오는데 상당히 민주적임
이재명 지지발언을 해도 되고 윤석열 지지발언을 해도 되는데
다른 사람한테 누구 지지해라 말어라 이 소리만 안 하면 된다는게 원장님의 policy 
오늘은 한덕수 인기가 많았음 원장님은 늙었다고 싫어함 
아들이 점쟁이라는 할머니가 이재명은 사주가 뱀과 같아서 안될 놈이라는 말을 고장난 라디오처럼 반복함

저번에 왔을 때는 웬 외국 모녀가 들어와서 다문화 가정인가 했는데 말 걸어보니 영국 관광객이었음 
미용실에 관광객이 들어올만한 동네는 아니라 뭐징 했는데
남편이 기장이었던가 항공사 직원이었나 암튼 티켓 할인 받아서 해외여행을 엄청 가는데
여행을 하도 많이 하더니 이제 관광지 아닌 곳만 찾아 가족들을 끌고 다닌다고
암튼 그래서 졸지에 통역알바 함
딸 머리하는 동안 아줌마한테 유럽 이민자 이슈에 대해 들었음 

오늘 직접 기른 호박을 따서 들고 오신 부인은 딸이 싱가폴에서 시집을 갔고 시부모가 프랑스인이라
사돈 댁이랑 말 좀 터볼라고 듀오링고로 영어를 공부하고 계셨는데
듀오링고 랭킹이 암만 높아져도 앞에 가면 말이 안 나온다고 하시길래
워홀 때 만난 한국 사람들 술 취하면 영어 다 잘했다고,
틀릴 걱정을 하지말고, 문법 같은거 다 쌩까고 일단 막 떤져보시라는 의견을 드림

중화제 바르는데 점잖은 행색의 대머리 영감님이 쑥 들어옴
염색 할 수 있냐시길래 속으로 대머리자나요 하고 있었는데 부인 분 데려오면 지금 염색할 수 있냐는 소리셨음
원장님이 바쁜데 꼭 오늘 해야 하냐 하니 하셔야 된다고. 그럼 오세요~

영감님이 할머니를 데리러 가심
그 사이 들은 정보는 할머니가 치매라는 것
그래서 할아버지가 데리고 다니면서 이발도 시키고 다 수발을 드신다는 것

영감님은 젊어서는 은행에서 일하셨고 은퇴 후 목사님이 되셨다가 지금은 집에 계신다는 것
영감님의 우상은 전광훈 목사라는 것 
그를 하도 찬양하니까 치매 걸린 부인이
만나보지도 못한 사람을 뭐 좋은 사람이냐고 빠냐!!! 성질을 버럭 내며 혼내셨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