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알던 사람들이 연달아 등장하는 꿈을 꿨다
주로 아니 저렇게까지 가 버린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나왔는데 다들 고뇌를 실컷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T와 H랑 집에서 놀다가 사진을 찍었는데 T의 얼굴이 뼈와 가죽뿐인 뻣뻣한 시체처럼 나왔고 그가 사진을 지우려고 하길래 좀 실랑이를 벌였다
그러던 중 거실 쪽에서 공책만한 크기의 소년이 빈 활을 가지고 걸어들어와 화살이 없어서 쏠 수가 없다는 한탄을 하길래 T가 가지고 있는 비싼 피규어에서 화살을 뽑아 소년에게 던졌다
소년이 힘차게 활시위를 당겼고 그걸 보고 있던 T가 과녁을 조금 밀어서 화살이 정중앙에 꽂힐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곧 배경이 바뀌어 Q가 장사를 하던 공간이 나왔는데 O에 X를 섞어서 파는 거냐고 물어보니까 아니 애초에 O라는 거 자체가 없는 거라고 그냥 없는 거 있는 척 하면서 팔고 있는거야, 라는 이야기를 되게 씁쓸한 표정으로 했다
Q가 속한 세계에서는 전부 상식을 아득히 넘어가는 방식으로 일들이 처리되길래 역시 범죄자 = 창의적인 인간 이라는 생각을 함
그러다 기차랑 기차 사이 세면대가 있는 칸으로 배경이 바뀌었고 거울 속에서 또 공책만한 크기의 소년이 걸어나왔는데 이번 소년은 눈이 있어야할 자리에 구멍만 두 개 나 있었고 나에게 접혀있는 종이를 한장 줌
그걸 받아들자 화장실에서 어떤 할머니가 나오더니 그 종이에 있는걸 니가 읽어주면 쟤한테 눈이 생길거라고 함
그래서 종이를 펼쳐서 읽는데 처음에는 그냥 개다래나무의가지치기는오륙월에해야만한다 같은 메타마스크 암호 같은 문장이 나오다가 뒤로 갈 수록 읽기 힘든 외국어 같은게 나왔고 급기야는 수학공식이 등장함
그래서 소년을 봤더니 눈같은 기관이 얼추 생겨있길래 여기서 부터는 니가 읽으라고 종이를 줌
근데 공식이 뒤로 갈수록 복잡해졌고 소년이 이거는 공업수학이라 자기는 못 읽는다고 당황하는 순간 기껏 생긴 눈알 두개가 퐁 퐁 하고 빠지더니 바닥에 데굴데굴 굴러다님 홍채가 파란색
소년도 나도 할머니도 주문을 적은 존재의 비열함에 개빡쳤고 할머니가 에라이 썩을 년아 욕을 하는 순간 나도 너무 열받아서 세면대에 침을 뱉었는데 그걸 현실에서도 뱉는 바람에 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