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일기예요 2017.06.28 00:16
신호를 기다리는데 몬가 잠수부?같은 희한한 겨울옷차림에 얼굴이 검게 탄 할머니가 눈에 들어왔다.
고물을 줍는 사람인거 같았는데 1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동료에게
00엄마!!! 그거 줏어!! 줏으라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있었다. 목소리가 정말 컸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다 할머니를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동네에 목소리 큰 사람들이 많이 산다.
어제 새벽엔 술에 만땅취한 총각이 김치발라드를 목이 터져라 불러재꼈는데 2절이 시작되자 맞은편 오피스텔에 사는 여성이 미친색끼야 고만해!!!!!!!!!!를 기차의 기적과도 같은 데시벨로 내질렀고 거기에 탄력을 받은 옆동 남자 역시 씨발색끼야 꺼지라고!! 를 합창하였다. 만취남은 블록을 옮겨서 노래를 마저 부른 뒤 퇴장하였다.

오랜만에 홍대 놀이터에 앉아서 사람구경을했다.
예전에 나오던 광인들은 어디로 갔는지 찾아볼 수 없었고 뉴페이스들이 놀이터를 장악하고 있었다.

앰프와 마이크를 가지고 나온 조그맣고 근육질인 단발머리 남자는 문방구표 폭죽을 바닥에 설치한 뒤 케이팝에 맞추어 집에서 연습한 브레이크 댄스를 선보였다.
윈드밀 비슷한것을 시도하는데 원심력에 의해 바지주머니 안 은색 동전들이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그는 스탭에 맞추어 동전을 주섬주섬 주운 뒤 몇곡을 더 추고 퇴장하였다.

잠시 후 성매매 근절과 신천지 타도를 외치는 빌리조 닮은 크리스쳔이 기타와 앰프를 매고 등장하였다.
일전에도 몇번 본적이 있는데 성, 특히 여성의 방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보아 여자한테 디인적이 있는 사람인듯 싶었다.

이날 빌리조의 옆에는 힙합클럽갔다가 별다른 수확을 못건지고 첫차 기다리는 느낌의 남자애들 대여섯명이 앉아있었는데 그들은 빌리조의 스피치에 형님 맞습니다 맞고요 추임새를 넣어가며 빌리조를 데리고 놀고 있었다.
관객이 생기자 빌리조는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역시나 여자에게 아프게 차인적이 있는 사람이였다. 치정극이 심화되어 법원까지 가게되었고 본인이 승소하였다고 하는데 정말로 이겼을지는 아무도 모를일이다.
빌리조는 늘 스피치 시작부터 끝까지 기타를 메고 있지만 치는것은 한번도 본적이 없다. 
안 칠거면 그 기타 나나 한번 쳐봅시다 했더니 기타는 자신의 여자이기 때문에 빌려줄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무튼 다들 말이 하고 싶은것이다.
들어줄 사람을 찾기 힘든 경우일수록 목소리를 크게 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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