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세계

규칙의 아름다움

유 진 정 2025. 3. 13. 23:53

딱 지겨워 질때 쯤 겨울이 끝났다.
작업기간봉사 3일 + 코스 12일 해서 15일 동안 담마코리아에 다녀옴

돌아와서 새삼 충격받고 있는 것은 세상에 정보량이 정말, 정말 많다.
빅맥 먹으러 맥날 들어갔다가 그 안의 소리들에 정신이 혼미해져서 나왔고 대형마트는 너무나 압도적인 공간이다.
갑자기 큰 소리가 들려 옆을 보니 머리를 땋아 두피에 딱 붙인 안경 아주머니가 직원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싸우고 있었다. 저렇게까지 머리를 쨍여놓으면 탈모가 오지 않으려나..

고엔카지는 인터뷰 등에서 긴장과 이익이라는 단어를 자주 언급하는데 예를 들자면
<부정성으로 긴장을 초래하는 / 많은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적절한 단어 선택이라는 생각을 했다. 심리적 여유가 사라지면 긴장이 발생하고 긴장을 하게 되면 평정심을 잃고 
갈등의 프로세스는 언제나 동일한듯


 

짐쌀 때 찍어본 옷들


 

아무튼 오랜만에 방문한 센터였다. 
45일 코스 봉사를 막 마치셨다는 센터매니저 분이 다음 날엔 집에 좀 계시고 싶다고, 작업기간 동안 봉사자들 안내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하시길래 네.라고 했다. 센터 와리가리하다보니 어디에 뭐가 있는지 대충 알게 되었다. 

안내와 함께 사무실 창고 정리와 청소 job을 받았다. 나는 꽤 흥분했다. 버리고 싶은 게 많이 보였음으로
구수련생이 놓고 떠난 마스크팩 뭉치, 먼지 쌓인 플라스틱 조화, 2017년에 유통기한이 끝난 물티슈 등등 
허락 받고 버려야 되니까 일단 다 찾아서 구석에 쌓아놨는데 그것만으로도 속이 뻥 
그 와중 이년 전 잃어버린 카시오 손목시계도 찾았다.  
 
서랍 정리 중에 내가 좋아하는 긴 압정을 발견했다.
따로 살 수 있는 압정이 아니고 뭐 사면 부품으로 딸려오는 건데, 집에 있는 걸 마침 다 쓴 상태라
<이거 몇 개만 가져도 되냐, 어차피 센터에선 안 쓰고 있지 않냐> 하고 나중에 매니저분께 여쭤봤더니
<안 쓰는 거라고해서 센터의 물건을 가져가는 건..> 라는 답이 돌아오길래 바로 반납했다. 압정 대여섯 개 얻고 찝찝해지는 건 손해니까

아무튼 이런 담마센터의 보수적인 면에는 언제나 짜릿함을 느끼게 된다. 규칙을 지킨다는 거 너무 아름다운 행위임
규칙을 왕창 어기고 살다보면 역설적으로 규칙의 효율에 대해 깨닫게 되는 순간이 오는데
일전에 읽은 공감의 배신의 한 대목을 떠올렸다.
 
 
가끔은 원칙을 적용하다 상황이 더 악화되기도 하지만, 그렇더라도 예외 없이 적용하는 편이 나은 원칙도 있다. 
“빨간불에는 항상 멈춰라”라는 규칙에 대해 생각해보자. 어떤 의미에서 이 규칙은 결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제 시간에 집에 도착해야 하는데 마침 도로가 한산하면, 빨간불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 달리는 것이 최고다. 

그러나 사회 전체를 위해서는 개개인이 알아서 잘 판단할 것으로 믿기보다는 규칙을 시행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
교차로에서 낭비한 시간 ‘비용’보다 어리석은 실수를 예방해서 얻는 ‘편익’이 더 크기 때문이다.

 “고문하면 안 된다”라는 규칙도 같은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 설사 고문을 정당화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손 치더라도, 무조건 금지함으로써 얻는 유익이 훨씬 크다. - P 47
 


이것도 결국 카르마에 대한 이야기군.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 같은 거.. 역치 올리기 엔트로피 증가시키기 등등 
좀 더 나불대고 싶은데 졸리니까 오늘의 노트는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