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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카우 first cow

유 진 정 2022. 1. 2. 15:12

스포있음 영화 볼 사람은 읽지 말것














영화가 잔잔하다. 대사도 별로 없다. 근데 첫장면부터 뭔가 사람 울컥하게 만드는게 있음


딱 봐도 좀 허술하게 생긴 이 두 사람이 주인공
왼쪽이 중국인 킹 루 오른쪽이 피고위츠 AKA '쿠키'





영화는 개산책을 시키던 현대의 소녀가 누워있는 두 남자의 뼈를 발견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래서 관객은 처음부터 주인공들의 운명을 짐작하게 되는데 이게 보는 사람을 상당히 괴롭게 만든다.

왜냐면 영화가 뼈주인들 하는 짓을 너무 짠하고 수긍이 가게 그려놨기 때문에

다음으로 굶주린 쿠키가 버섯을 따러 다니는 장면이 이어지는데, 뒤집혀 움직이지 못하는 도마뱀을 만나자 살며시 들어서 뒤집어준다.
하이에나 같은 사냥꾼 무리와 함께 다니는 순둥이 쿠키는 그래서 겉도는 존재다.

여정끝에 식량이 동나자 사냥꾼들은 취사당번 쿠키를 구박하고,
쿠키는 밤에 버섯을 따러 다시 갔다가 헐벗고 역시 굶주린 상태의 중국인 킹 루와 조우하게 된다.


킹 루는 솔직한 인물이다. 너 옷도 안입고 왜 그러고 있냐는 쿠키의 질문에 사람을 죽였다고,
러시안 사냥꾼들이 자기 중국인 친구를 도둑으로 몰아 목에서 배까지 쫙 갈라 버리길래
그 중 하나를 나도 죽이고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고 말한다. (강을 헤엄쳐와서 옷이 없는듯)

배가 너무 고픈데 혹시 먹을 거 좀 있냐는 킹 루의 질문에 쿠키는 비스켓을 나눠 주고 그를 자신의 텐트에서 몰래 하루 묵게 한다.



그리고 2년 뒤 킹루와 쿠키는 시장에서 재회하게 된다. 킹루는 조금 형편이 나아졌고 (오두막을 짓고 삼) 쿠키는 혼자가 되었다.

쿠키는 술집에서 팩터대장이 차에 크림 넣어 마시려고 암소를 한마리 공수해 왔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잠시 후 술집엔 윌리엄이라는 거구의 사내가 아기 바구니를 들고 들어오는데 이 사람은 말을 잘 안 한다.

뜨내기 중 한 명이 그의 말수적음을 조롱하며 시비를 걸고 급기야 윌의 마빡을 때리자 윌은 쿠키에게
이것 좀 잠깐 봐줘 하고 아기 바구니를 맡긴 뒤 뜨내기에게 주먹을 날린다.

영화는 몇 가지 인간 군상을 보여준다.

1. 킹루와 쿠키. 협력하는 소수자

2. 사냥꾼과 뜨내기들. 무리를 잘 짓지만 통수도 잘 치는 다수의 남자들

3. 윌리엄. 아웃사이더

4. 팩터 대장과 대위. 이성적이고 냉혹한 관리자

5. 관리자들의 하수인. 무색무취

6. 여자들. 대사가 거의 없다시피 한데 단 몇 초간의 등장으로 메시지를 전달함
팩터 대장 집에 모인 남자들이 야만인들을 통치하는 방법과 수익구조에 대해 일장연설을 늘어놓는 것을 듣고 있다가
남자들이 문 밖으로 나가자마자 백인 여자가 인디언 소녀한테 얘 일루와 하더니 둘이 짝짜꿍하며 노는장면이 나오는데
방금 전까지 서로 잘났다고 떠들어대던 분위기가 급 화목해지는 대비가 강렬함


암튼 그래서 킹 루랑 쿠키는 같이 살게 되고
쿠키가 빵을 잘 만든다는 걸 알게된 킹 루는 우리 팩터 대장 소젖 좀 훔쳐서 빵 만들어 팔자,
우리같이 아무것도 없는 놈들에게 기회는 범죄뿐이다. 라고 쿠키를 뽐뿌질함

결국 둘은 소젖을 훔쳐 버터밀크 비스킷을 만들고 거기에 꿀을 발라 시장에 내놓는데 이게 대박을 친다.

쿠키가 워즈니악이라면 말빨좋은 킹루는 잡스다. 사람들은 돈 더 낼테니 제발 나한테 비스킷을 팔라고 아우성을 친다.

둘은 좀만 더 벌어서 남부로 가 호텔을 차리자며 밤엔 열심히 우유를 훔치고 낮엔 열심히 비스킷을 굽는다.

벌어들인 돈은 자루에 넣어 오두막 뒤의 미루나무 안에 보관한다.


소문은 결국 팩터 대장의 귀에까지 들어가는데, 비스킷을 맛본 팩터 대장은 쿠키를 극찬하며
우리 집에 놀러올 대위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고 싶으니 프랑식 파이를 좀 구워달라고 부탁한다.

쿠키와 킹루는 심장이 쫄깃해지지만 일단 파이를 구워 대령한다. 대장은 매우 만족해 한다.

둘은 양가적인 감정이 휩싸인다. 신중한 쿠키는 팩터대장이 눈치 깐거 같다며 판매를 그만두고 싶어하지만
비즈니스맨 킹 루는 여기 은 시즌도 끝나간다, 이때 아니면 우리가 한 몫 땡길 기회는 없다 라며 그를 설득한다.


그리고 그날 밤 도망나간 고양이를 잡으러 나간 집사가 우유를 훔치는 쿠키를 발견하고

사형제 찬성론자인 팩터 대장은 날 기만한 쿠키새끼 죽여버리겠다며 직접 총을 들고 나선다.

도망치던 둘은 길이 엇갈리고, 다친 쿠키는 인디언의 도움을 받는다.
사건이 좀 잠잠해지자 킹루는 오두막으로 다시 간다. 미루나무 속 돈자루를 되찾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자루를 찾은 킹루는 떠나질 못하고 주변을 서성인다.

조금 회복한 쿠키도 오두막으로 향하는데 거기서 만난 둘은 서로 야 난 니가 떠났을 줄 알았지!! 하며 감동의 재회를 한다.

여기서 관객의 스트레스는 맥스를 찍는데 왜냐면.. 둘다 죽을 거니까 ㅠㅠ

마침맞게 카메라는 오두막 근처에 장총을 들고 잠복 중인 팩터대장의 부하 소년을 한번 비춘다.




이렇듯 단순한 줄거리지만 연출이 굉장히 섬세하고 우정의 아름다움이라는 메시지도 묵직함
만든사람을 찾아봤더니 켈리 라이트라는 여성 독립영화 감독


보고 나니 보잭 홀스맨의 이 장면도 생각났는데,
재밌는게 저 보잭이 편지를 쓰는 대상이 켈시라는 여성 독립영화 감독이다. 코도 똑같이 생겼던데 뭔가 연관이 있나?







소도 인간도 어떻게 이렇게 생겼냐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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