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에요

통영여행 2 고독하고 지능적인 강아지

유 진 정 2021. 11. 2. 00:13


모친과 함께한 통영여행 둘째날. 이날 날씨도 오졌다





윤이상 기념관에서 시립박물관 가는 길에 있던 냉장공장 간판인데 세월의 흔적이 멋져서 찍었다.


찍고 있으니 안에서 여자 분이 나와 지금 뭐하시는거에요!? 라고 화난 투로 묻길래
사진 찍어요. 라고 대답했는데 대답이 되었을까?



도로에 윤치환작사 윤이상 작곡의 교가들이 쫙 깔려 있었다.
이 일대의 초중고 교가는 이 두 사람이 다 만든듯


시립박물관~ 한산했고 직원들은 의욕이 없었다.


이번 여행에서 느낀건데 통영은 밥집 직원과 사장님들은 엄청나게 친절했고
그 외의 기관 종사자들은 불친절하다고 느낄 정도로 무뚝뚝하거나 의욕이 전혀 없었다. 낙후의 상징인가?


 

 

자개의 고장 화장실 손잡이

전시는 뭐 그냥저냥 물 세는 벽도 있었고


차라리 자개 박물관으로 재단장시키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굿즈 만들거리도 무궁무진할 것 같은데
아무튼 이제 시락국을 먹으러 서호시장으로 향한다.















유명하다는 훈이네 시락국으로 갔는데 시스템이 아주 효율적이라고 느꼈다.


ㄱ자 모양으로 테이블이 놓여져 있어 인원을 최대로 수용가능하고 서빙하는 사람의 동선도 절약된다.
반찬이 부페식인 것도 매력적이고(남기면 벌금 3천원) 서빙하는 사람은 덜 고생해도 됨

먹는 도중 동네 아저씨가 들어와서 사장님에게 이야기를 좀 하다 나갔는데 목소리가 정말...정말 컸다!
그런데 뭔 소린지 하나도 못알아들었다! (마산이 고향인 모친은 다 알아들었다고)

아저씨가 떠나자 사장님과 직원분이 '동네 챙피해서 몬산다ㅎㅎㅎ' 라며 웃으시던데,
배에서 일하면 목소리가 커질 수 밖에 없을 거 같다.
엔진소리와 바닷바람을 뚫고 의사를 전달하려면 소리를 지르는 수 밖에
작은 목소리가 컴플렉스인 사람에게 뱃일을 추천



시락국은 전혀 상상도 못해본 맛이었다.

뭐랑 비슷하다고 해야 할 지도 모르겠지만 아주 진하고 맛있었다. 앞에 놓인 산초가루를 넣어 먹으니 더 특이했고

통영 여행 내 먹은건 다 맛있었는데 이 시락국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밥을 먹고 미래사행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버정 앞에 씨앗과 모종을 파는 가게가 있었는데
주변으로 머리 염색전문 미용실, 한방찻집, 인삼가게, 한의원 등이 상권을 이루고 있었다. 노령화의 흔적이다.
엄마에게 방아 씨를 한팩 사줬다.

직관적으로 와닿는 종자이름들. 옆에는 멋진맛깔무도 있었음
버스타고 미래사로 ㄱ





미래사 인근이라는 버정에 내림. 미래사까지 2km인가 아무튼 좀 걸어야함


버스를 타고 온 것은 실수였다.. 올라가는 길이 상당히 가팔랐다.


나한테는 뭐 그냥저냥 했지만 엄마는 이를 박박 갈았다. 땀을 비오듯 흘리며 도착 전까지 저주의 말을 중얼거렸다.

어른 모시고 갈 사람은 무조건 자차 타거나 택시를 잡으세요.


그리고 코스 선택 자체를 잘못했다고 느낀게,
미륵산 관광 케이블 카를 타고 정상에 내려 1km만 하산하면 미래사로 진입하게 된다는 걸 몰랐다.
다음에 또 대중교통으로 통영에 가게 된다면 이 루트를 이용해야겠다.

뷰는 좋았는데


미래사 도착~
모친의 소감: 그냥 절이네.. (해석: 이딴걸 보겠다고 그 고생을 시켜?!)

 

 





이 다리를 지날땐 덤보ost가 머릿속에 재생됨


멋진 항아리


저 스님만 머리에 누가 커피를 뿌린 듯한 흔적이 있었음

편백 길. 냄새가 아주 좋음
하산할땐 보살님들께 번호를 물어 콜택시 불렀다. 어휴 이렇게 편한걸..




저녁은 다담아 해물뚝배기


브로콜리 두부에 무친거랑 꼬시래기라는 해초 반찬이 아주 맛있었다.
모친은 멸치 쌈밥을 시켰는데 어릴때 경상도에서 해 먹던 바로 그 맛이라고



꼬시래기는 이름이랑 생긴게 너무 잘어울림
우리가 먹은 꼬시래기가 이거였나보다 하고 입구에서 모친과 이야기 하고 있으니 사장님이 아니라고 그건 다른데 쓰는 용이고 우리가 먹은 건 오늘 통영에서 갓 잡아올린 더 얇고 좋은 꼬시래기라고 알려줌
밥먹고 숙소로 갔다. 미래사에서 지옥을 맛본 모친은 바로 뻗었고 나는 산책하러 나옴

 

 

이 녀석에 대해 할 말이 있다.


슬픈 눈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정말 심심해보였다.


어떤 아저씨가 머리 쓰다듬고 가는 거 보고 나도 가서 쓰다듬었는데 조금 지나자 이 놈이 내 팔목을 합 하고 물었다.
세게 문건 전혀 아니고 딱 손을 뺄 수 없을 정도의 강도로


붙잡힌 상태로 한동안 다른 손으로 쓰다듬다가 이제 놔 했는데 안 놓는다 이런....


세게 잡아 빼면 입고있던 오리털 파카가 찢어질 것 같아서 별 도리 없이 계속 서 있다가
노부부가 지나가길래 죄송한데 얘 주인 좀 근처에서 찾아 달라고 부탁했다.


부인 분이 근처 가게에서 주인을 찾아주셨고, 주인이 나와서 소리를 지르고서야 개는 나를 풀어줬다.
어릴때 놀러갔던 집 아이가 내가 집에 돌아가려고 하자 내 물건을 숨긴 적이 있었는데 그때 일이 떠올랐다.
지능적이고 고독한 강아지였다.


노부부에게 감사를 표하자 남편분이 심심해서 그래 그 녀석은 어제도 정말 심심해 보였어요.
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셨다.

 

침범벅~


고마워용~

산책 재개





















배판돈 ㅋㅋ


수영장 객실은 나도 한번 가보고 싶다


오늘도 카프리 한병 사서 호텔로 귀가







삼일째 아침. 오늘은 전혁림 미술관에 들렀다가 서울로 올라갈 것이다.


미술관은 서호시장에서 20분 정도 버스를 타고 가면 나오는 봉수골에 위치.


이 동네 분위기가 차분하고 아주 괜찮다.젊은 취향의 가게들과 맛집으로 보이는 식당들도 있고 만약 머리 식히러 통영에 온다면 이 근처에서 머물러도 좋을듯. 예쁜 게스트 하우스들도 있다고 들었다.









미술관 옆의 책방. 이날은 닫혀있었다.
http://www.knnews.co.kr/news/articleView.php?idxno=1313211














이 멘트 감정이 느껴져서 재밌었음










미술관 구조도 재밌음


hi





모친에게 동네 구경을 좀 더 하자고 하니 걷기 싫다길래 여기서 잠시 해산
구경 뒤 이 보호수 아래에서 만나기로


버스 정거장. 노인들 기다리는 장소에 푹신푹신한 의자 가져다 놓는 거 귀엽다. 어느 동네를 가도 다 이럼














안 쳐다볼때는 짖고 쳐다보면 안 짖던 관종 브로콜리







동네 끄트머리에 이런 등산로가 있길래 올라가봄


절 등장




잘 썼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음으로 후닥닥 보고 뛰어서 내려감


맡겨놓은 짐 찾으러 다시 호텔이 있는 서호시장 버정으로 향함





 

시장에 내린김에 충무김밥 사먹음
옛날충무꼬지김밥이라는 상호였고 상호대로 오뎅과 오징어볶음이 꼬치에 꿰어져 나온다
가게도 깨끗하고 김밥도 맛있었다. 석박지가 엄청 시원함.
처음 충무김밥을 먹어본건 초딩때였던거 같은데 그 미니멀함에 충격과 동시에 매력을 느꼈던 것으로 기억







깝쳐봄





터미널 맥날에서 디카페인 카푸치노 한잔 때림


현대미술st 금산휴게소에서 찍음


4시간 30분 동안 도로를 달리다 고속터미널에 내려서 해산
따라다니느라 고생했다 너무 끌고 다녀서 미안~ 이라고 하니 모친이 아냐 니가 나 데리고 다니느라 고생했지~ 라길래 화해의(?) 포옹을 나누고 각자 집으로 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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