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에요

병든관계

유 진 정 2015. 2. 17. 17:40

2008년 나리타 공항에서 노숙준비 중 퇴근하는 여직원 둘에게 불을 빌린적이 있었다.

땡큐 하고 라이터 다시 건네주는데 친절하던 여자얼굴이 갑자기 싸늘해지면서 멘독세.. 라고 혼잣말을 함 

난 일본말을 못하지만 저 말의 뜻은 알고 있었다



 한국말로 ' 귀찮아 ' ' 짜증 ' 대충 이런뜻?



아니 빌려주기 싫으면 걍 쌩까고 가던가 왜 빌려줘놓고 지랄이야 라고 생각했다.

두 얼굴의 일본인이라는 책제목도 생각나고 땅 밟자마자 스테레오 타입을 목격하게 되다니 운이 좋다고 생각하여 머릿 속에 저장해둔 에피소드



그러고 보면 호스텔에서도 한국 사람들, 주로 경상도 출신들이 일본애들이랑 친해졌다가 미치고 팔짝 뛰는 모습을 종종 보았는데 대부분의 경우 점마들은 왜 싫은걸 싫다고 말을 안하노!! 가 답답포인트였던거 같다.



왜 그럴까? 

섬나라라 내분이 일어나면 공멸하게 되기 쉬우니까 좋은게 좋은거지 빡쳐도 꾹참고 웃는 얼굴로 서로를 대하는것이 관습화 되었다는 글을 읽은 것도 같다. (사실 이렇게 단순한 문제는 아닌것 같지만 지금 생각하기가 귀찮다)



하지만 그것은 병든 관계라고 생각한다. 

내보내야 하는것을 꾸역꾸역 삼키고 있으면 필연적으로 내상을 입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상한데서 곪아 터질 확률이 높아진다. 


일본의 예를 들긴 했지만 사실 저 병든관계는 주변만 둘러 보아도 수두룩 빽빽이다. 자기 속 다 깎아 먹어가며 그런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인간을 보면 불행해 보인다.

건강한 관계란 나는 이런데 너는 그러냐? 

주장부터 펼쳐놓고 서로 대가리 부딪혀가며 접점을 찾아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자꾸 부딪혀 버릇해놔야 스킬도 늘고 대가리가 단단해져 서로 박이 터지는 사태도 피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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