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불건전한 성행위가 대체 뭐냐고요
https://digthehole.tistory.com/4105
4년만에 적는 후편
왜냐면 이제 좀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었음. 일단 오계가 뭔지부터 다시
- 불살생: 살생하지 않음
- 불투도: 도둑질하지 않음
- 불사음: 불건전한 성적 행위를 하지 않음
- 불망어: 거짓말을 하지 않음
- 불음주: 취하게 하는 물질을 하지 않음
불사음만 앞에 불건전한 이라는 수식어가 붙음
그렇다면 불건전의 기준이 대체 뭐냐, 물어보는 사람은 많지만 명확한 대답이 잘 돌아오지 않는 아리까리한 계율
그래서 고엔카지의 QnA를 찾아봤더니 걍 혼전순결 지키다가 섹스하고 싶으면 결혼하라는 소리길래
대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는데 다행히 그건 40년 전 상황이고 현재 장기수행 신청이 반려되는 기준은
- 복수의 성적 파트너가 있거나 / 파트너랑 헤어지고 1년 안에 누군가와 섹스를 한 적이 있음
이라고 함. 그렇다면 이게 일종의 최소 기준이라고 보면 되는 거 같음. 그니까 좀 더 사람 말처럼 바꾸면
' 섹스를 할거면 스테디한 상대와 하고, 원나잇 폴리아모리 같은 거 하겠다고 깝치지 말고,
이별 후 적어도 1년 정도는 심신을 차분히 하는 시간을 가져라 '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이정도면 걍 상식적인 제안이라고 생각
왜 1년인가 싶긴 한데 리바운드 관계같은 것도 사실 고통을 빨리 덜겠다고 타인을 도구로 써먹는 행위고
걍 발버둥 안 치고 가만히 좀 있다보면 그 정도는 자연스럽게 애도의 기간처럼 비워놓게 되는 거 같음
아 그리고 이 기준을 수행의 가이드라인 같은 것이 아닌
스스로를 옥죄이는 명령같은 것으로 여기며 괴로워 하지 않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함
422. 계율만이 최고라고 여기고 있는 사람들은
“절제에 의해서만이 순결해질 수 있다."
이렇게 주장하고 있다.
그들은 스스로 '진리에 이른 자' 라 자처하면서
유전하는 이 생존 속으로
다시 끌려들어오고 있다.
423. 혹 어쩌다가 계율을 어긴다면
그는 두려움에 떨면서 불안해 할 것이다.
"계율을 지킴으로써만이
순수한 경지에 이를 수 있다."고 부르짖으며
그는 몹시 비탄해 할 것이다.
동료들로부터 뒤처진 상인이
그 동료들을 찾아 헤매듯,
집을 나온 나그네가 객지를 떠돌면서
자나깨나 고향집을 그리워하듯.
424. 그러므로 계율만을 너무 고집하지 말라.
나쁜 행위와 좋은 행위를 모두 버려라.
순수를 바라지도 말고 순수치 않음을 바라지도 말고
그 어떤 것에도 붙잡히지 말고 가라.
평화만을, 평화만을 너무 강조하지도 말라.
- 숫타니파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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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의 내용은 폴 플래이쉬만 박사의 강연 중 발췌 )
제게는 30-35년 동안 명상을 해 온 친구가 있는데요, 제 또래의 남자분이시고 술을 마십니다.
아무도 그를 비난하지 않습니다. 그는 훌륭한 삶을 살고 있고, 술을 끊는다면 다른 삶을 살게 될 수 도 있을 것입니다.
비난은 하지 않습니다. 그가 결정하도록 놔두세요.
그러니 섹스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명령하거나 금지시키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삶에서 얻은 교훈이랄까요, 우리가 왜 독신(celibacy), 또는 서로에게 헌신적인 관계(committed relationship)를 장려하는지, 그 의견을 뒷받침하는 흥미로운 일화들이 있습니다.
(물론 장려는 하지만 거기에 대한 어떤 강제적인 집행 시스템 같은 것은 없습니다.)
2005년인가 2006년 쯤에 정신과 신문에 어떤 기사가 실렸는데요.
미군이 어떤 문제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부대에서 너무나 많은 자살사고가 일어나서 경악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지요.
이 말을 들었을 때 당신의 뇌리에 처음 떠오르는 생각은 아마
‘ 그래, 전투에 참가하는 건 끔찍한 경험이겠지, 군인들이 공포로 인해 정신이 나갈 수도 있고, 끔찍한 광경들을 보게 될테고 끔찍한 일들을 저질러야 할테니까. 죄책감에도 시달릴 테고.. ‘ 겠죠.
뭐 어느 정도는 사실입니다.
일부 자살은 전투 후 PTSD 와 연관이 있지만 사실 그것은 군에서 일어나는 자살의 주 원인은 아니었습니다.
군에서 일어나는 자살의 원인 1위는 다음과 같았죠.
( 군대가 주로 18~20세의 어린 청년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생각해 봅시다. 그리고 군에 입대한다는 것이 반드시 전투에 참전한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투에 나가지 않거나 잠시 동안만 참전합니다. 대부분의 실전은 해병대나 특수부대 같은 전문적인 전투부대들이 맡습니다. )
그러니까 예를 들어 한 청년이 있다고 칩시다. 복무 중에 갑자기 문자나 이메일, 전화를 받았더니 그 내용이
“ 나 니 베프랑 사귀게 됐어. 이제 전화하지 마. 안녕. “
인거죠. 총을 가진 상태에서 이 메시지를 받는 겁니다.
이별은 삶에서 가장 가슴 아프고 트라우마틱한 경험이지요.
우리 중 대부분은 이런 경험을 한 번 이상 해본적이 있고, 당신이 평정심으로 향해가는 삶을 살고 있다면 이런 일이 당신을 평정심으로 이끌지는 않습니다.
그러니까 사실 우리의 가이드라인은 단지 더 나은 평정심의 삶을 살기 위한 현실적이고 전략적인 노력의 일환일 뿐입니다.
(중략)
그리고 이것은 새로운 문제입니다.
불교 경전에서는 찾을 수 없는 내용일 것이고, 10일 코스 법문에서도 찾을 수 없을 거에요.
왜냐하면 현대 서구사회의 사람들은 새로운 상황, 다른 조건들 하에 삶을 살아가며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동양사회에서도 유사한 상황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인도에서도 마찬가지이구요.
그래서 우리가 섹스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우리는 우리의 추구방향에 맞는 이상향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많은 사람들이 각자 다른 방식으로 그 이상을 추구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우리는 이 문제를 다뤄나가는 스스로와,
붓다의 가르침이 온 곳과는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개인들에 대한 연민의 감정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